?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채정호 교수의 행복 바이러스]가족 사이 상처도 ‘칼로 물 베듯’ 2007.5.7 

저는 도도라는 이름의 요크셔테리어 한 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정이 듬뿍 들어 영락없는 식구입니다.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깡충깡충 뛰면서 어쩔 줄 모르고 반가워합니다. 가끔 화장실에다 변을 보지 않아 훈련을 시키려고 몽둥이를 들고 혼을 낼라치면 꼬리를 축 떨어뜨리고 벌벌 떱니다. 눈길도 마주치지 않고 슬슬 피해서 구석으로 숨습니다. 한참 혼쭐이 나면 이렇게 풀이 죽어 있다가도 주인이 외출에서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반갑다고 호들갑을 떱니다. 지난 일은 다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런 도도를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도 합니다. 사람은 이렇게 잘 잊지를 못합니다. 식구들이 내게 심한 말을 하고,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말도 안 붙이고 눈도 안 마주치며 살기도 합니다. 개가 머리가 나빠 잘 잊어버리는 것이라고요? 어찌됐든 나쁘고 서운했던 일을 시시콜콜히 다 기억한다면 이것 또한 고통입니다. 원래 사람은 완벽한 존재가 아닙니다. 특히 같이 사는 식구끼리는 서로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일도 많습니다. 단 그럴 경우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있듯 흔적이 남지 않아야 합니다.


때로 상처를 심하게 주는 식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상처를 부여잡고 후벼 팔 필요는 없습니다. 어떻게 네가 나한테 그럴 수 있느냐며, 죽어도 잊지 못하겠다고 가슴에 새겨서는 안 됩니다. 마치 물에 새긴 것처럼 흘려보내야 하는 것입니다. 살다 보면 야단맞을 때도, 싫은 소리 들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도도처럼 그때뿐이고 결국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뻐할 줄 아는 식구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집에 들어갈 때면 항상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도도가 뛰쳐나오며 뱅글뱅글 내 주위를 돌면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입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시간 만에 들어오나 일주일 동안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나 도도는 그럴 때마다 세상이 뒤집힌 것처럼 반갑게 맞이합니다.


식구들을 만날 때마다 껑충껑충 뛰면서 반가워하십니까? 그렇지 않다면 내가 개만큼도 식구들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때입니다. 같이 사는 식구들을 반갑게 만날 수 있다는 것만도 충분한 행복의 하나입니다.


채정호 가톨릭대 의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출처: http://news.donga.com/Series/70080000000277? [동아닷컴] 

서비스 선택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5 행복한 사람은? file 옵티미스트 2013.03.14 1393
44 행복이란? file 옵티미스트 2013.03.14 2904
43 행복을 부르는 아주 사소한 습관들 file 옵티미스트 2013.03.14 1660
42 쾌락적응 file 옵티미스트 2013.03.14 1695
41 정서적 차이 file 옵티미스트 2013.03.14 1384
40 정서예측이란? file 옵티미스트 2013.03.14 1491
39 왜 행복해야 하는가? file 옵티미스트 2013.03.14 1644
38 옵티미스트의 삶의 목표는 성공이 아닌 행복입니다 file 옵티미스트 2013.03.14 1395
37 옵티미스트에게는 현실이 가장 중요합니다 file 옵티미스트 2013.03.14 1432
36 옵티미스트는 헬퍼이며 리더입니다 file 옵티미스트 2013.03.14 1728
35 옵티미스트는 파괴적인 관계 속에서도 감정적인 거리를 두는 능력이 있습니다 file 옵티미스트 2013.03.14 1462
34 옵티미스트는 잘 참는 사람입니다 file 옵티미스트 2013.03.14 1552
33 옵티미스트는 이전에 성공을 많이 해 보았습니다 file 옵티미스트 2013.03.14 1448
32 옵티미스트는 유쾌합니다 file 옵티미스트 2013.03.14 1436
31 옵티미스트는 스스로를 귀하게 여깁니다 file 옵티미스트 2013.03.14 1442
30 옵티미스트는 굳은 신념과 확실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file 옵티미스트 2013.03.14 1629
29 옵티미스트, 너는 누구니? file 옵티미스트 2013.03.14 1475
28 옵티미스트 핵심가치 ABC 1 file 옵티미스트 2013.03.14 1740
27 옵티마9-1 생각을 잡자 file 옵티미스트 2013.07.22 1713
26 대한민국 긍정의 축제, ‘2016 긍정포럼 대한민국 긍정페스티벌’ 개최 file 옵티미스트 2016.09.06 9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
XE Login